[웰빙] 마음에는 건강검진 안 하시나요?

2008-09-20
관리자

‘자살’을 꺼꾸로 읽으면 ‘살자’인데, 자살하려는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미 마음 속에 죽고 싶은 ‘자살 모드’가 형성된 탓이다. 주위환경이 악화되면 습관이 된 자살 모드가 작동한다. 김종하 신경정신과 원장은 “자살 모드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다. 어릴 때 생긴 감정의 뿌리를 찾아 보는 것만으로도 자살 충동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감정의 뿌리를 찾아야

기자는 오랫동안 정신문제로 고생을 했다. 15년 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거의 매일 자살∙사표 두 단어가 함께 떠올랐다. 출근하면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8월 초 ‘도정신치료 입문’을 펴낸 이동식 신경정신전문의를 취재차 만났다가 자문을 구했다. “어릴 때를 떠올려보라”는 말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자 “누나나 어머니에게 물어 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눈을 뜨기 전이니 출생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어머니는 결혼 20년 동안 아들이 없었으니 죽고 싶은 생각이, 아버지는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 있다.’ 그 어려움 속에서 낳아주신 부모께 감사를 드렸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다음날부터 자살∙사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김종하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이에 대해 “감정의 뿌리를 봤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됐다. 이 방법은 신경정신질환을 치유하는 유용한 도구다.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감정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법은 어릴 때 100% 형성된다.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돼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며 사례를 소개 했다.

“1000억 원 이상 자산을 가진 50대 남자가 재혼을 했는데 심한 의처증으로 아내와 함께 병원에 왔다. 1960년대에 외제차를 탈 정도로 부유했지만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왔다. 그 와중에도 공부를 잘 못하면 정원에 있는 연못에 그를 빠뜨리곤 했다. 어머니 품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어머니도 바빴다. 학교 갔다 오면 어머니가 없었다. 안식처를 찾지 못했고 원망만 쌓였다.” 남을 의심하는 감정이 부인을 볼 때마다 확 올라와 의처증이 됐고, ‘부모에 대한 감정이 의처증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깨닫자 의처증이 없어졌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신경정신과 치료 받아야

김 원장은 “정신병은 관계 단절에서 생긴다. 그 중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많다. 속내를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다. 또 우울증 환자 중에서 ‘피곤하다’ ‘기운이 없다’고 하면서 내과 치료를 받다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이혼∙파산 등 외부 환경이 자살의 절대적 원인이 아니다.

현실을 마주할 때의 반응, 내면에서 올라오는 고통이 더 중요하다. 고통이 쌓이면 우울증이 된다. 이것은 어릴 때 형성된 성격과 연결된다”면서 “하지만 자살 충동은 남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자기 자신에게 향할 때도 온다. 돈∙성공 중시, 생명경시∙가정파괴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서로 부대끼며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죽기를 마음 먹은 사람에게는 등산 등 취미활동을 권해도 먹히지 않는다. 시간을 끌다가 오히려 악화된다. 주위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면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우울한 느낌이 2주 이상 지속하면 하루 빨리 전문의를 찾는 것이 고통을 줄이고 자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스스로 정상인이라 생각해도 ‘열등감 프리즘’으로 세상을 왜곡하여 본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정신과에서 정신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일간스포츠|김천구 기자|2008.09.21 15:26 입력
김천구 기자 [dazurie@joongang.co.kr]